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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2020

무대 (2020)

by DEM1VN 2020. 12. 11.

한도윤 생일 기념으로 짧게 적었던

<베리드 스타즈> 2차 창작입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을 지나친다. 뒷목을 문질렀다. 환상통을 느낀다. 가벼워지고 싶다. 가벼워진다. 지금 환복하세요. 새 착장을 입는다. 새 옷은 물든 팔을 가려준다. 이명이 사라진다. 마음에 든다. 덜어낸 만큼의 통증을 참는다. 무대에 올라간다.

 

 카메라가 너희를 찍는다. 카메라는 너를 찍는다. 카메라는 너의 등을 담는다. 뒤통수가 찍혔지만 얼굴이 방영된다. 스크린에 다가간다. 스크린에 얼굴이 비친다. 조형된 얼굴 위로 진짜 얼굴이 겹친다. 깨끗하게 겹쳤다. 머리카락만 보여요. 아직 잘리지 않았어요. 너는 얼굴이 보인다고 말할 수 없다. 입을 다문다.

 

 카메라가 부서진다. 스크린의 얼굴도 꺼졌다. 진짜 얼굴은 여전히 비친다. 스크린에서 멀어진다. 얼굴은 거기 우두커니 서서 너를 노려본다. 상심은 너를 찌른다. 너는 걸어서 더 멀리 도망가려 한다. 분장한 얼굴들을 마주한다. 서로의 분장을 녹인다. 분장이 서서히 녹는다. 모르는 얼굴로 잠든 사람들을 본다.

 

 분장이 지워지지 않은 얼굴이 남았다. 모두가 분장을 하지 않았다 주장한다. 너는 할 수 없이 눈을 본다. 한 쌍씩 들여다본다. 이윽고 분장을 녹인다. 흐릿해진 얼굴을 가지게 된 최초의 깨어있는 사람이다. 그는 잠들길 원한다. 너의 얼굴도 같이 흐릿하다. 민얼굴을 고백한다. 통증을 고백한다.

 

 나란히 누워있는 사람들을 지나친다. 죽은 것과 잠든 것을 구분할 수 없는 희미한 얼굴의 사람들. 서 있는 사람들은 얼굴을 가다듬는다. 누운 사람들의 분장을 가다듬어준다. 카메라가 켜졌다. 모든 얼굴이 일기예보처럼 변주된다. 하지만 너는 민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너는 무대에서 나간다.

 


20200905 작성 한글 파일을 백업합니다.

<베리드 스타즈> 2차 창작(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합니다.)

한도윤 생일이라서 적었습니다.

그다지 축하하는 느낌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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