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짓지 마. 걸음마다 뒤로 나아가는 세계에서 호명은 정말이지 불필요한 것. 봐, 창밖엔 모호한 깊이의 바이크를 탄 소녀들이 짝을 이루고 있어. 오늘의 천장은 익힐수록 축축해지고 공책에는 기록되지 않은 소음이 조용하게 녹아들지. 여러 개의 문과 술래잡기를 하면 잊혀진 얼굴이 곳곳에서 떠올라. 액자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추울 거야. 그러니까 모서리를 줄이자. 각지지 않은 도형을 발명하기 위해 있는 힘껏 발바닥을 문질렀지. 그러자 병명을 알 수 없는 질환이 찾아왔어. 버려진 시계에서 말줄임표가 튀어나왔고. 거기에는 분명 혀에 숨길 수 있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어. 유실된 단어들이 시침 사이로 기어들어 가려면 열이 필요해. 빼앗긴 온도를 되찾으려면 어느 방향에 머리를 놓고 잠들어야 될까. 직조된 살갗이 지워질 때까지 함께 벽을 보자. 그러자 잠기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어젯밤에 본 영화가 흘러나왔다.
20180626 작성 메모 백업. 이건 확실하게 2차 창작.
메모는 사진으로 올리는 편인데, 트위터에 업로드 하는 이미지(텍스트, 그림, 사진 카테고리 관계 없이 모두)은 기본적으로 저장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별말 안 한다. 재업로드는 내 손을 떠나게 되니 좀 신경 쓰이겠지만, 순수하게 좋아서 남기고 싶다는 쪽이면 오히려 기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장해도 되냐고 직접 물어보시는 분이 계실 줄 몰랐다. 업로드 할 당시에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메모라 더……. 메모 자체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부끄럽지만, 그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의 감사함을 기록하려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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