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다 뜨면 죽은 담배의 꽁무늬가 빛나고 있었다 지하철 창문에서 기어드는 손은 누구의 것이었지 충정로를 지나는 레일은 안개처럼 뭉그러진다 얼굴과 얼굴과 얼굴 라이터의 목을 한번 더 조르면 이번에야말로 엄마의 얼굴이 보일까 짝이 맞지 않는 젓가락을 놓는 게 기린인지 귀신인지 알게 뭐예요 나는 살아있다고요 다음날을 기리지 않는 불빛들의 모임은 날개를 찢는 마찰음을 낸다 가지 마요 가지 마 나와 함께 있어요 손짓으로 길을 내줘요 나는 단 한 번도 외로운 적이 없었으니까 혹독한 수련을 통해 올라가는 법을 배웠지 내장을 조이는 갈비뼈가 비명소리로 가득할 때까지 왈츠는 몇 분의 몇 박이었죠 리듬에 맞지 않는 춤을 춰대는 저 개자식들을 끌어내 키스를 대가로 준대도 안 돼 조리있는 동작을 해라 살이 찢어질 때까지 움직여 깔깔대며 떨어지는 입과 코들 차라리 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내 귀를 파내라 압착하는 웅얼거림에 빛과 빛과 빛을 뭉개며 까치발을 든다 그렇지 완벽한 포인이야 고막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건 어떤 새끼의 아가리지 전부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는데 불이 날름거리는 스테이지를 달음질치면 우 하는 야유소리가 들리겠지 나는 얼굴을 잃은 것 하나를 하나로 닫지 못하는 병신 껍데기가 주저앉으면 나는 고요한 인사를 남기고 사라질 거예요
아마도 이차 창작. <전지적 독자 시점>이 한창 연재되던 중 읽으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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