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것을 모으는 습관이 생겼다.
*
내 몸은 유리로 구성되어 있지만 점점 어두워졌다. 빛이 한점으로 모이면 일기장 속 신의 목록을 경신했다. 이름들이 곡선처럼 흔들렸다. 그런 날에는 눈꺼풀 속에서도 눈이 부셔 잠들 수 없었다.
음성은 끝부터 검어진다고 내게 일러주던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제일이라고 소개했다. 거울속의 여자가 토막난 목소리로 주파수를 쏘아올리자 발끝부터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숫자를 거꾸로 세었더니 달팽이관에 갖힌 양떼들이 자꾸만 문밖으로 튀어나왔다. 스멀스멀. 제이는, 제삼은…….
몰려드는 얼굴들이 지옥같아 메아리 같은 무리에 우두커니 서 밝아지는 법을 복기했다.
*
모든 반짝이는 것들을 신으로 여겨 벌을 받는 마음으로 기도문을 옮겨적었다. 아무리 어두워도 반사광은 줄지 않아. 날짜를 신경쓰지 않고 일기를 쓸 수 있었다. () 계속해서 나열된 숫자를 더했고 수식은 어느날의 날씨로 돌변했다. 혀가 편지처럼 말렸다.
*
우편함에 수취인 불명의 일기를 넣었다.
*
반짝이는 것들을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정확한 기억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백업을 했던 것을 백업하고, 그걸 다시 백업하는 메모라 2018년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첫 문장은 짚신 님께 받은 것 같아요. 항상 기억에 남아 있는, 좋아하는 문장인 걸 보면 아마 맞겠지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해시태그였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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