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온 세상이 얼어붙을만큼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KPC와 탐사자는 어떠한 이유로 겨울의 바닷가에 방문했습니다. 간만의 겨울 휴가여도 좋고, 함께하는 세미나 일정이어도 좋겠고, 운 좋게 당첨된 이벤트 티켓으로 인한 여행이어도 괜찮겠네요. 그래요, 여하간 두 사람은 지금 겨울 바다에 있습니다.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 살풍경한 겨울의 바다는 그러나 스산한 만큼 운치있고 멋드러진 곳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 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하고. 그리고…
"아,…차가워.
탐사자.신발 가죽이 젖어드는 감각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KPC의 목소리가 더 빨랐나요. 순서를 가늠할 새도 없이 살을 에는 냉기에 발끝이 곱아듭니다. 거품이 팔 할인 하얀 파도가 복사뼈를 적시고 부서집니다. 아무래도… 한 쪽 발이 통째로 젖은 것 같죠.
그보다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HiMERU의 목소리가 더 빨랐나요. 순서를 가늠할 새도 없이 살을 에는 냉기에 발끝이 곱아듭니다. 하얀 파도가 복사뼈를 적시고 부서지는 탓에, 한쪽 발이 통째로 젖은 걸까요? 낭패입니다. HiMERU는 당황한 표정으로 당신을 끌어당기며 말합니다.
HiMERU:…타츠미? ―갑자기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다니, 무슨 일인가요.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나?
…달리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머리까지 꽁꽁 얼어붙을 만큼의 강추위에 잠시 넋을 놓고 걸었던 걸까요. 젖은 모래가 신발코를 따라 미끄러집니다. 오늘 따라 타츠미가 묘하다며, HiMERU는 한숨을 쉬네요.
風早 巽:···아.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다. 조금인가 놀란 얼굴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어쩐지 멍하니 정신을 놓은 채 걷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후후, 작은 소리로 웃으며 저를 쥔 손을 가만히 내려보았다.)
HiMERU:조심해요, 타츠미. (바닷물이 차니까요. 그런 중얼거림을 뒤에 덧달고.)
(놀란 것은 『내』 쪽일 터인데, 어째서 네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건지. 어정쩡하게 당겼던 손을 내려, 타츠미의 손에 자연스럽게 겹쳤다.)
風早 巽:(한쪽 발목을 적신 서늘함이 금세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다. ···이런, 정말로 정신을 놓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곤란하군요. 그러나 딱 그만큼, 손의 온기가 있으니 괜찮겠지 생각한다.)
···후후, (잡은 손을 새삼스럽게도 내려보았다.) HiMERU씨가 곁에 계셔서 안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힘을 주어 꼭 잡아 보나.)
HiMERU:(맞잡은 손이 더 붙어 오자, 조금쯤 느슨해진 표정으로 타츠미를 따라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HiMERU로 말할 것 같으면, 타츠미가 곁에 있어서 안심할 수가 없는데도요.
:소금물에 젖은 한쪽 발이 무겁습니다. 혹시 몰라 캐리어에 여분의 신발을 챙겨 넣었던 것이 다행이에요. 체크인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시간을 떼울 겸― 점심을 먹고 이 주변을 걷기로 했었죠. 아, 그러나···, 물에 젖은 신발이 차갑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념도 잠시.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 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합니다.
문득 걸어온 길의 반대편을 돌아봅니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을 이기지 못해 서늘함 만을 간직한 모래사장 위로 오로지 두 사람의 발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하늘은 냉기를 머금은 바다의 색을 반대로 반사한듯 탁하고, 창백하며, 채도 낮은 푸른 색을 띠고 있습니다.
:로비를 전체적으로 둘러봅니다. 은은한 블랙펄이 박힌 화이트톤의 대리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간간이 배치되어있는 우드가 부담스럽지 않은 프라이빗한 느낌을 더합니다.
출입구가 마련되어있는 벽면 전체는 유리로 처리되어 있어 탁 트인 뷰가 가히 인상적이군요. 중앙에 조형물을 올린 커다란 분수가 놓여 있고, 그 위로는 크리스털로 세공한 와인잔을 뒤집어 매단듯 눈부신 샹들리에가 금색의 빛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프론트 데스크 주변에 예비 투숙객들을 위한 라운지 형식의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고, 두 사람은 이곳에 서있습니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카페도 눈에 들어옵니다.
風早 巽:(대기석에 앉아 가만히, 분수를 바라보았다. 바다 앞이지만 이런 것을 설치해두는군요.)
:분수 - 대리석을 구석구석 깎아 만들어 고아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리스풍의 분수대입니다. 바닷물을 끌어다 사용한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서면 약하게 소금 냄새가 맡아집니다. 그 위에 올려진 조형물은 꼭 추상적인 파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쟁반처럼 생긴 넓은 홈에서 졸졸졸 물이 떨어집니다. 다시 보니 조형물 중앙의 홈에 동전을 던져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역시 천장이 높고 시야가 개방 되어 있어 바다의 전경이 너르게 드러납니다. 이 리조트가 다른 어느 것 보다도 투숙객의 눈에 '바다를 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매기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방에 몸을 들이기 무섭게 인위적이지 않은 바다 특유의 소금내와,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달달한 향기를 맡습니다. 신발장을 지나쳐 객실 안쪽으로 들어서면 거실 한구석에 두 사람의 캐리어가 놓여있어요. 체크인 전에 데스크에 맡겨 두었으니, 친절한 이곳의 직원이 옮겨 놓은 모양입니다.
인테리어 대부분이 대리석이거나, 우드입니다. 정성껏 꾸며진 태가 나서일까요? 차갑고 건조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야외 테라스로 향하는 거실 한 쪽은 베란다가 통째로 트여 있어 넘실대는 겨울 바다가 코 앞에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너머로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커피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세심하네요.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과,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치된 킹사이즈의 침대, 한 구석에는 화장대나 욕실 또한 빠짐 없이 존재합니다.
風早 巽:(평범하게도, 『아름답다』는 감상. 신께서 마련해 놓으신 자연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감사의 마음이겠지요. 어느 시각에서 보아도 겨울 바다는 아름답고, 조금은 무정해 보인다. 푹 젖은 감각은 사라졌으나, 미묘한 축축함만 남은 발을 움직여 객실로 향하고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급히 준비된 방이니만큼 당연하게도 침대는 하나 뿐이구나, 그러나 비즈니스 호텔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온기라 달갑다는 생각을 한다. 침대 정도는 그다지 괘념치 않는 듯, 고개를 돌려 눈을 맞췄다.)
잠시 쉬지 않으셔도 괜찮으신가요?
HiMERU:오히려 그 말은 HiMERU 쪽이 건네고 싶은데 말이죠.
(━기억이 맞다면, 원래의 방은 싱글 침대 두 개로 예약했었는데, 객실 파손으로 바뀌었나. 조금쯤 당황했을까. 평소처럼 다정한 얼굴을 보며, 곧 본연의 페이스를 되찾는다.)
···타츠미의 잠버릇이 나쁠지도 몰라 두 개를 예약했었는데, 정말 그렇다면 HiMERU는 저쪽의 소파에서 자도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風早 巽:······♪ (어쩐지 조금 당황한 얼굴이 되었던 연인의 모습에 조금 즐거운 양 웃었다.)
후후, 저는 괜찮습니다. 그 자리에 가지런히 누워 일어날 때까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날도 있으니까요. HiMERU 씨만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기꺼이···♪
가지고 온 짐을 모두 옮겨 주셔서, 이쪽으로서는 할 일이 없으니··· 방을 둘러보는 셈 치고 조금 쉬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HiMERU:네, 특별한 일정이라고 해도 당장의 시간으로서는 딱히 HiMERU들에게 없으니···. 여독을 풀다 부대 시설로 나가 볼까요.
風早 巽:좋은 생각입니다. 게임을 하는 곳이 있었지요♪ (^^:)
(가뿐한 어조로 말하며, 베란다를 살펴 보았다. 창은 열지 않기로. 모처럼 데운 몸이 식어버리면 두 사람 모두 감기에 걸려버릴지도 모르니.)
:베란다 - 어찌나 깨끗이 닦여 있는지 조심하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투명합니다. 양 옆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쉬폰 커튼이 묶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유리창 너머로 서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너머로 난간이 설치된 테라스가 보여요.
:비린내가 꽝꽝 얼어붙은 바닷바람이, 이제야 간신히 녹기 시작한 피부를 할퀴고 지나갑니다. 무시무시한 냉기의 기세에 절로 온몸이 움츠러드는군요. 문득 커피테이블 쪽으로 시선이 닿습니다. 아무래도 이 날씨에 테라스에서 바다의 정경을 감상하며 간식이나 술을 먹기는 무리가 있겠죠…
風早 巽:(어쩐지 뺨이 더운 감각이라, 약간만 연다는 것이. 조금 다급하게 닫는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으로, 곤란하게 웃으며 HiMERU를 흘긋 돌아보았다.)
HiMERU:(옆에 서서 겨울 바다의 짠 냄새를 깊게 들이킨다. 그다지 상관 없다는 표정.)
風早 巽:(음, 금방이라 그다지 춥다는 감각까지는 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새 조금 식어버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라도 욕실로 향해 보았다.)
:욕실 - 문을 열어보니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가 맵돕니다. 가장 먼저 반투명한 샤워 부스와 커다란 욕조가 보이고, 선반에는 포장지를 뜯지 않은 각종 일회용 세안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風早 巽:(전체적으로 좋은 냄새가 나서, ···HiMERU 씨 취향의 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며 즐거운 콧노래를 짧게.)
(좋은 욕실이라는 감상을 떠올리며,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로 잠시 손을 녹였다.)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는 수건에 물기를 닦고 나서더니, 눈에 들어온 주방에 조금은 놀란 얼굴.) 이런 것이 있는 호텔도 있군요······.
:주방 - 세련된 주방으로, 취사도구가 빠짐 없이 구비 되어 있습니다. 넓고 쾌적한 주방과 조리대. 뭐, 니키라면 이 광경에 설레겠지만, 여러분은 무감할까요.
테이블은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커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은 사이즈의 냉장고도 눈에 띕니다.
:▷조리대 - 물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조리대.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하기에 그 공간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여느 호텔이나 리조트가 그러하듯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 놓여 있어요. 시간이 남는다면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죠?
風早 巽:(···꼭 연인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여타 빈 방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방을 마련해 주신 것 뿐이겠지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냉장고를 열어 보나.)
:▷냉장고 - 500ml 생수 몇 병이 채워져 있습니다. 냉장고를 닫으려는 찰나, HiMERU가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꺼내고,
까드득-
:병뚜껑을 돌립니다. 세 모금 정도를 마신 HiMERU. 말없이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風早 巽:(어쩐지 멍하니 올려보게 된다. 모르는 새에 곁에 다가온 일에 놀란 듯도.)
(이런 일에 일일이 동요하는 것도, 분명···, ······♪) 후후.
목이 마르신지요? 확실히 건조하기는 합니다.
HiMERU:(피곤한지, 눈에 영 초점이 없는 듯도 하다. 흠칫하는 타츠미를 보고.)
風早 巽:······HiMERU 씨?
HiMERU:━아, 조금 목이 말라서. 짠 내음이 담긴 바닷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평상시와 다르게···, 좀 목이 말랐어요.
風早 巽:(눈썹을 늘어뜨리고 작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창을 열어버려서···.
HiMERU:······. (아무래도 놀라게 한 것 같은데. 표정을 알아채기 힘든 제 연인을 유심히 본다. 이럴 때는 그토록 싫어 했던 VR 기기가 평상시에도 있으면 좋을까, 하는 쓰잘데 없는 생각.)
그러니까···, 그런 사과는 괜찮대도요. HiMERU야말로···, 미안해요, 타츠미. (작은 목소리로 흘리듯 말하곤, 화장대 위에 마시던 물을 내려 놓는다.)
風早 巽:(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마주친 시선을 돌릴 이유가 없으니 한동안 바라보다가,) HiMERU 씨가 사과하실 일은 무엇도 없었습니다만. (흰 손을 따라 시선이 자연히 화장대로 옮겨 간다.)
:화장대 - 나무로 제작된 흰색 계통의 화장대로, 서랍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원한다면 드라이기나 빗, 스킨, 로션, 코롱, 티슈 따위의 제품과 기초 화장품, 위생용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랍 중 하나를 열면 가지런히 접힌 샤워가운 두 벌을 발견합니다.
風早 巽:······, (샤워 가운에는 어쩐지 곤란한 웃음이 나와버린다.)
(어쩐지 이상한 기색의 연인에게 한발 다가간다.) HiMERU 씨, 역시 피곤한 것은 아닌지요? 잠시 쉬셔도 괜찮습니다. (가만히 눈을 맞추다, 잠시 머뭇거리던 손이 이마 위로 조심스레 내려앉았다.)
:평소보다 체온이 미묘하게 높은 것 같지만, 알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찬 바람을 오래 쐬어서 그런 걸까요? 그렇게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뜨뜻함이 타츠미의 손바닥으로 전해져 옵니다.
HiMERU:(샤워 가운을 보고선, 같이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어린 아이 취급이라면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겠어요. (서랍을 닫았다. 가만히 손길을 받아내며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답한다.)
그러는 타츠미야말로···, 침대에서 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죠. (시선은 또다시 아래로.)
風早 巽:(어느 쪽이? 샤워가운이 있던 서랍 근처로 시선이 한번 향했다가, 제가 짚은 이마 쪽으로 돌아온다.)
···연인이기 때문입니다만.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가도,···) ━━저보다도, HiMERU 씨 쪽이 피로해 보입니다.
저는 다리가 온전치 못할 뿐, 다른 곳은 건강합니다. 오히려 HiMERU 씨에게서 열이 나는 것 같아요. 침대로 갈까요?
HiMERU:······. (단어 선정이 나빴다고, 자칫 잘못 이해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곤란해 하기를 잠시, 길게 숨을 뱉고선 웃어 버린다.)
(아━, 그래, 제 연인은, 카제하야 타츠미는 이런 사람이니까. 이상하게 안심이 되어, 다시 또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
연인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 취급은 싫다는 뜻이었습니다만. (타츠미는 이해하지 못하겠죠. 속으로 눌러 삼킨 문장 대신, 타츠미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 저 대신 침대에 앉도록 유도한다.)
風早 巽:···? (이마에 짚은 손을 천천히 내렸다가, 풀썩 걸터앉는 꼴이 되어 놀란 눈으로 올려보았다.)
(말 없이 가만히 올려보는 시선을 보내다, 후후, 웃는 소리를 낸다.) ━어린 아이에게 연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HiMERU 씨는 HiMERU 씨이고, 저의 연인입니다. (어깨를 쥔 손을 가벼이 감싸고 토닥였다. 걱정되는 동시에 기분 좋은 두근거림. 모순일까도 싶다.)
···자아, HiMERU 씨도 이쪽으로 부디.
HiMERU:(토끼처럼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모양새가 퍽 사랑스러워, 어깨를 잠시 들썩일 뻔했으나 기분에 그쳤다.)
(어깨에 올린 손을 토닥대는 손이, 언제나의 타츠미처럼 다정해서. 순간순간 치밀어 올랐던 갈증은···, 과연 애매한 미열 때문만이었을까. 어쩌면, 제 앞에 있는 남자가, 카제하야 타츠미가 근본 원인이었던 게 아닐까. 그래, 몇 시간 전 바라 보았던 바다처럼······.)
(짧게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쳐내고선, 웃는 얼굴을 따라한다. 손 위에 얹힌 손이 아쉬운 듯, 슬쩍 빼내 그 위를 느릿하게 한번 쥐고선, 스르르 빼내고···, 타츠미의 옆에 앉았다.)
風早 巽:(와중에도 시선은 한번 끊기는 일 없이, 올곧게 눈을 마주한다. 묘한 건조함과, 열기와, 어쩌면 초조한 기색마저도 읽어낼 수 있었건만. 금세 다시한번 무언가를 덧씌워 웃어 보이는 저 모습에 외려 이쪽이 초조한 듯도 싶다. 염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눈은 제 옆자리까지 도달해,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 준다.)
···잠시 누우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도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
(베개라도 드리는 편이 좋을까요, 무릎 베개 쪽이? 그제야 시선을 떼고 침대를 조금 두리번거린다.)
:함께 자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침대입니다. 이불이 성심성의껏 정돈 되어 있습니다. 토퍼가 따로 깔려 있지 않은데도, 놀랄만큼 푹신푹신합니다! 침대 바로 옆에 위치한 협탁에는 스탠드와 로비폰, 객실용 전화기 등이 모두 구비 되어 있습니다.
風早 巽:(그대로 누워버린대도 충분히 푹신할 것 같습니다만···. 아리송한 눈을 하며 다시 HiMERU에게로 시선이 돌아온다.)
HiMERU:(마주보는 눈이, 맞닿아 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어쩐지, 온도가 느껴질 것 같아서━. 먼저 시선을 피하려는 찰나, 타츠미가 먼저 침구를 보아 그대로 그쪽을 보는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눕는 게 어떠냐는 말에 한 치의 다른 마음도 없다는 것을, 그럴 남자라는 것을 잘 알아서, 조금쯤 웃고선. 푹신한 베개가 대어져 있는 침대 베드 쪽으로 이동해 몸을 기댄다. 곧이어 옆 자리를 작게 두드리고는.)
이쪽으로 기대요, 타츠미. HiMERU는 타츠미 쪽이 더 걱정되니까요. ···언제나처럼. (곁에, 가까이,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있어 달라는 어리광은 이곳에 지나치게 어울려서, 속으로 다시금 삼킨 말이 늘었다.)
風早 巽:(순순하게 눕는 모습에는 조금 안심한다. 무심코 착하다며, 어느 날처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버릴 것 같은데. 주변에 열심히 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버린 영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자신의 생각이 곤란한 웃음 반, 안심되는 마음에 자연한 웃음 반. 여전히 목 주변을 둘러 맨 목도리를 뒤늦게 눈치채고, 가지런히 정리해 한켠에 놓아 둔 뒤에야 곁으로 다가온다. ···어리광은 기쁘다. 조금 더 기대 주었으면 좋겠는 마음이야말로 어리광일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그런 생각도 잠시 뿐이고, 가까워진 예쁜 얼굴에는 잡념이 날아간다.)
······후후. (작은 웃음. 기어코 손을 뻗어 또 한번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어지럽지는 않으신가요.
HiMERU:(가까이 다가온 그리운 표정의 얼굴. 당장이라도 옛날처럼, 끌어안은 채로 머리를 쓰다듬을 것만 같아서, 뒤로 몸을 물릴까 고민했지만······.)
(아니━, 이전과는 다르다. 이건···, 타츠미의 말처럼, 어린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니까. 찰나에 내린 판단에 따라, 아까와 달리 주저 없이 그 손길을 받는다. 당신이 그랬던가? 예쁜 얼굴이라고. 오히려 그런 수식어에는 본인이 더 가깝다는 것을 모른 채로, 무방비하게 가까워진 얼굴에······.)
···네, 어쩌면 그런 기분일지도 모르겠어요. 타츠미는 어떤가요?
(감각하기 어려운 열 따위보다, 마음껏 어리광을 부리라는 태도에, 몸과 마음 모두의 거리가 좁혀진 탓에,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드니까. 그래서 어지러운 건데도.)
風早 巽:(평소와 다른━솔직하다고 보아도 되는 걸까요?━태도에, 미묘한 얼굴이 된다. 순수하게 기뻐해도 되는 일인지. 소금기 있는 바람에도 고운 형태로 살짝 흐트러졌을 뿐인 머리카락을 몇번이고 손으로 빗어 넘겨 준다.)
저는······, (물론 다리 이야기겠지요, 문득 시선이 옮겨 간다. 몇번이고 내려보았던 무릎.)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후후, 저의 『괜찮다』는 믿기 어려운 모양입니다만.
······눈을 감고 잠들어도 괜찮습니다, 둘 뿐이니까요.
HiMERU:그렇다면···, 곁을 부탁할까요. 타츠미도, 부디 편하게······.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맞춰 눈을 몇 번 깜빡이다, 스르륵. 선잠이 든다.)
:그렇게 노곤한 시간을 보내기도 잠시,
띵동-
:갑작스럽게 인터폰이 울립니다.
風早 巽:(감긴 눈꺼풀을 가만 바라보다, 부스럭대며 몸을 일으킨다. 모처럼 잠이 든 연인이 깨어나지 않았는가 확인하는 시선을 한번 두었다가.)
(공연히 이불이나 한번 덮어주고, 침대에서 내려온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또 무언가 착오가 있었는지.)
···무슨 일이신지요? (인터폰을 통해 소통을 하기에는 HiMERU의 휴식을 해칠까 염려되는 일이라, 별 스스럼 없이 문을 연다. 그다지 경계할 이유도 없다.)
:문을 열어주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젊은 남성이 타츠미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합니다. 남자는 자신을 옆 객실 투숙객이라고 소개하는군요.
초조한 남자:실례합니다. 혹시 일곱 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 아이를 못 보셨나요?
제 딸아이인데,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하길래 보냈더니… 세 시간이 넘도록 들어 오지 않고 있어서요.
키는 이만하고…, (허리춤 아래 쪽으로 손짓.) 머리를 양 옆으로 땋아서 묶고 있어요.
눈이 동글동글하고 푸른 계열의 겨울용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리조트 측에 사정을 설명하기는 했는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에는 걱정이 되어서…….
風早 巽:······? 어린 아이 말입니까, (영 낯선 얼굴에도 주의깊게 이야기를 듣는 듯, 심각한 얼굴로 끄덕인다.)
세 시간 전이라면···. (지금은 몇 시 정도?)
:다섯 시가 되기 조금 전입니다.
風早 巽:(그 무렵에는 밖에 있었던가요···. 갸웃거리며 생각한다.)
:해안가를 걷고 있었죠.
風早 巽:걱정이 많으시겠군요, 무언가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만 그 무렵에 말씀하신 모습의 어린 아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끄덕이며, 신중하고 사려깊은 목소리로 답했다.)
초조한 남자:역시 그렇군요…….. 실례를 끼쳐 죄송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하곤, 복도 너머로 사라집니다.
風早 巽:아닙니다, 실례되는 일이라고는···. (말끝을 흐리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다.)
(마주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복도 밖으로 한동안 고개를 내민 채로. ···뒷모습을 바라볼 뿐인 행위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도대체 어디 있냐는 탄식 섞인 혼잣말과 함께, 남자의 인영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風早 巽:(···이런, 찬 바람이 들어오겠군요. HiMERU 씨가 깨어나겠습니다···. 미련을 남기며 천천히 문을 닫는다.)
:문을 닫으며 돌아서기 전, 남자의 뒷모습을 본 타츠미는 한 가지 생각에 미칩니다. 그러고 보니, 백사장에서 무언가를 보지 않았던가요? 이를테면, 작은 발자국이라거나.
하지만……., 기분 나쁜 착각일 겁니다. 이렇게 불길한 가늠을 하는 것은 걱정하는 보호자에게 실례니까요.
風早 巽:(······아. 문득 작은 탄식을 하지만, 어딘가 긴가민가한 탓에 문 손잡이를 쥔 채 갸웃거린다.)
(···나가서 힘을 보태 찾는 것이 좋을까요, 그러나 HiMERU 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사람으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조금, ··· 고개를 젓는다.)
······. (의미 없이 천장을 한번 올려보았다가, 고개를 내린다. ···현재에 충실합시다. 내심 중얼거린 뒤에야 문 손잡이를 놓고, 다시 침대 맡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면, 어느새 침대에 앉아 있는 HiMERU가 보입니다. 팜플렛을 이리저리 넘기고 있던 그는, 인터폰 소리에 대해 물어봅니다.
風早 巽:······HiMERU 씨? (조금 놀란 얼굴이 되나.)
:무슨 일인가요.부스스한 얼굴로 말을 건네옵니다. 아마 남자와의 대화는 못 들은 거겠죠.
風早 巽:(후후, 웃는 소리를 흘린다. 침대를 짚고 다가가 뺨 근처를 부드럽게 매만진다. 여전히 피곤해 보입니다만···.) 사람을 찾는 분이 방문하셨을 뿐입니다, 나름대로 조심스러웠는데, 깨어나셨군요.
더 쉬지 않으셔도 괜찮으신지요?
HiMERU:···HiMERU는 이 정도로도 충분합니다만. 오히려 타츠미는 어떤가요. (푹 쉬지 못했잖아요, 하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머뭇거리다···, 한 손을 조심히 들어 올려 옥색 머리를 매만진다.)
風早 巽:(기분 좋게 눈을 감고 손에 잠시 기대었다가, 다시 시선끼리 마주친다.) ···후후, 잠시 누워 있던 것으로 충분합니다, 해가 졌을 때에 제대로 잠들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죄송스럽게도 여전히 HiMERU 씨가 신경이 쓰여서━ 이대로 방에서 쉬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만. 어느 쪽이 좋으실까요?
HiMERU:(손바닥에 느껴지는 온기에···, 조금 쑥스러워졌을지도. 약간 잠긴 목소리로 느리게 대답한다.) ···이번에도 타츠미에게 같은 말을 돌려주고 싶은데요.
네, 그러니까━, HiMERU 쪽은 건강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타츠미가 괜찮다면, 호텔 내부의 이벤트를 함께 하고 싶어서.
(손에 쥐고 있던 팸플릿을 살짝 소리 내어 흔든다.) 리조트 최상층의 스카이 라운지라거나.
:단순히 목이 말랐으리라 치부하기에는…, 몇 시간 전에도 로비에서 음료를 사 마시지 않았나요. 분명 객실에서도 급히 물을 마셨던 것이 떠오릅니다.
칵테일을 들이마신 HiMERU는, 달콤하고 새콤한 맛에 비해 끝맛이 짭쪼롬한 게 인상적이라며, 굉장히 만족한 기색을 보입니다.
風早 巽:(망설이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얼굴 위에 잠시나마.)
HiMERU:······♪ (급하게 들이킨 것과 달리, 천천히 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타츠미를 본다.)
아아, HiMERU는 조금 목이 말랐을 뿐입니다···♪ 놀라게 했다면 사과할게요.
타츠미는 음료가 입에 맞나요. (한 모금만 마시는 모양을 보며.)
風早 巽:(뒤늦게야 제 음료를 내려보았다.) ━예, 상쾌하고 달콤하고, HiMERU 씨의 말처럼 뒷맛이 독특해서 끊임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이 마를 때에는 미지근한 물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만···. 이것으로 괜찮으신지요?
HiMERU:네, HiMERU가 좋아하는 맛인지라. 이 음료로 해갈은 충분하군요···♪
━그보다 타츠미, 부감으로 변해서 그런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자못 새삼스럽네요.
겨울 바다도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니···♪
風早 巽:(오늘의 HiMERU 씨는 어딘가,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이는군요, 물론 평소에도 그렇습니다만━ 일상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고개를 가만 기울이며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HiMERU 씨는 프라이드라고 할까, 무척 긍지가 높은 분이라 응석을 부려 주지 않으시니.)
(···심리학 판정···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원한다면 언제든.
風早 巽: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아;)
:그저 즐거워 보이는 HiMERU는, 특별히 무언가를 숨기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정말 단순히 목이 말랐을지도 모르겠어요.
風早 巽:(어딘가 힘들어 보이는 기색은···?)
:힘들어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지 붕 뜬 느낌일까요. 창 밖 풍경을 줄곧 응시 중입니다.
風早 巽:······? (알코올이··· 있던가요? 잠시 음료를 내려보았다 고개를 든다. 그런 기색은 없었던 것 같지만.)
(마음 속으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곁에 나란히 서서 마주 끄덕였다.)
━━예, 곧 완전히 어두워질 것 같습니다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은 겨울도 여름도 아름답습니다.
불꽃은 줄곧 바라보고 있더라도 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처럼, 파도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낮에 잠시 했습니다만. (작게 웃는 소리를 내면서도 조심스레 곁눈질.)
HiMERU:······♪ (옆에 다가선 고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웃는다. 무슨 일인지, 타츠미에게 집중하지 못했군요. 나의 잘못이에요.)
━잠시 실례. 바다의 마력에 홀렸을지도 모르겠어요.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바다를 보다 보면, 해안가에 아까보다 사람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곁눈질 하던 타츠미가 시선을 채 옮기기 전, HiMERU의 중얼거림이 들립니다.
HiMERU:추우니까 물속에 들어가는 건 무리겠죠. ━━어쩐지 아쉬운 기분입니다.
:방금까지도 당신을 바라보던 것이 꼭 꿈만 같을 정도로, 먼 바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HiMERU가, 혼잣말처럼 작게 읊조립니다.
風早 巽:······하아. 물 속에, 말인가요···. (탄식처럼 중얼거리지만.)
바다에 넋을 놓았던 것은 제 쪽이 먼저였으니 사과하실 이유는 없습니다만, (쓴 웃음을 작게 지었다.) 물이라면 객실에 욕조도 준비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기분이신가요?
HiMERU 씨는 열도 있었고 하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HiMERU:(━아, 바다의 마력이 불길할 정도로 강력해서. 몇 시간 전의 일을 생각하며, 천천히 시선을 바다에서 떼어낸다.)
(카제하야 타츠미, 이 가련한 남자는━, 자신이 아픈 상황에서조차 타인을 걱정하고 있구나. 달가우면서도 달갑지 않은 이 역설적인 익숙함은, 아마도. 눈을 가늘게 뜨고 개구지게 웃는다.)
(올라오면서 맞잡았던 손의 온기가, 어쩐지 조금쯤 그리운 기분이 들게 만들었던가. 다시 한 손을 뻗어 잡아 본다. 다정한 성품과는 달리,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손을 잡고.)
글쎄요, 돌아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 기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의 HiMERU는 타츠미를 잡고 있고 싶은 것도 같아서. (후후, 하며 낮게 웃었다.)
···어쩌면 타츠미의 말대로 아까 찬 바람을 쐬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風早 巽:(어째서 이런 웃음을 지어 보이시는 것일까요, 그 점을 잠시 생각하고 싶지만, 눈 앞의 아름다운 것에는 분주한 걸음조차도 멈추고 마는 것이 인류의 공통된 성질인지라 그에 충실히 따르기로 한다. 제 쪽으로 뻗어 온 손에는 저항이랄 것도 없이 외려 순순하게도 호응해버린다. 무엇이건 상대가 원하기에 내밀어버리고 마는 경솔한 버릇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점을 해명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버릇이다.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것은 이 순간의 불행일 테지만.)
(언제고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갖추고 있지만, 새삼스럽게도 이런 웃음에 저와 나란히 선 사람의 연령을 떠올리는 점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새어 나오는 웃음.)
저로서는, ··· (손가락끼리 얽는 식의 노련한 표현은 떠올릴 수 없는 탓에 그저 손바닥끼리, 빈틈 없이 맞붙도록 꼭 쥔다.) 어느 곳에 있건, 어떤 시간을 보내건, HiMERU 씨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사랑스러운 추억이 됩니다만.
···어느 곳에도 가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HiMERU 씨가 바라신다면 언제까지라도 옆에 있을테니까요.
HiMERU: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니, 그 무엇보다도 안심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요령 없을 정도로 맞붙어 오는 손바닥에 즐거운 듯한 날숨을 후···, 뱉는다. 그런 모습이 예전부터 싫었을까. 아니, 사실은 좋아했던 것도 같고.)
(━타인과의 접촉이, 낯선 것도 아닌데. 어째서 처음으로 짝지와 대화를 나눈 어린 아이처럼···, 마냥 설레는 건지.나 스스로도 알 수 없을 정도의 두서없는 기분이 되어서, 그런가, 다시 웃어나 버리자.)
(그런데 타츠미, 어째서 나만이 타츠미를 바라는 것 같은 말을 하나요, 같은 어리광 따위를 이제 와 구태여 입밖에 내지는 않는다. 이것이 너 나름대로의 약조임을 알면서도, 또다시 조금 목이 마른 듯한 기분이 들어서. 바다를 닮은 건, 역시 너라고. 그런 생각에 또 웃어 버린다.)
···타츠미가 남은 음료를 마시면, 슬슬 객실로 돌아가 볼까요. 소소하지만 HiMERU가 무언가 준비해 뒀습니다♪
風早 巽:불안하게 만드는 말이었을까요, 늘 진심으로 말하고 있습니다만···. (입김처럼 웃음을 내쉰다. 조금은 곤란한 웃음이 되어 버린다. 진심인 동시에, 저 자신의 희망사항을 약속처럼 내뱉은 점에 대한 가벼운 자책. 조금 쯤은 바라도 될 텐데, 그것이 죄악이라도 되는 양.)
(단 한번 스스로 바라고 행한 일에 수많은 사람을 ━그렇습니다. HiMERU 씨, 당신을 포함해━ 상처 입혔으니, 두려워 움츠러들고 만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경험은 앞으로 오래도록 자신을 옭아맬 테다. 발목처럼.)
(이 이상 밀착할 수 없을만치 꼭 맞붙은 손바닥이지만, 조금 더 그러쥔다. 『바란다』는 표현은 이 정도가 한계인 탓에.)
······후후, 여전히 준비성이 좋으시군요. 언제나 HiMERU 씨가 무언가를 마련해주시는 덕에 무척 기쁘고 기대가 됩니다.
(다른 손에 쥔 음료는 그 사이 탄산이 가라앉아, 맑고 푸른 빛만을 내고 있을 뿐이다. 두어번에 걸쳐 나눠 마시고서야 조심스레 잔을 내려놓는다.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칵테일을 모두 마시면, 타츠미의 잔 아래 덜그럭거리는 푸른색의 원석이 드러납니다. 바다를 담아놓은 듯 찬란한 푸른 빛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스카이 라운지에서 퇴장하기 전, 픽업 카운터로 빈 잔을 가져다 주면,
“축하합니다!”
:글라스 안의 원석을 확인한 직원이 박수를 칩니다. 그 뒤를 따라 함께 있던 또 다른 직원도 함께 박수를 칩니다. 듣자하니 크루즈 무료 승선권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이군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만, 뜻밖의 행운이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어쩐지 체크 인 무렵, 분수대에서의 일을 떠올리고 만다.)
HiMERU 씨의 행운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작게 웃었다.)
HiMERU:어라···♪ HiMERU의 행운이 타츠미에게 제대로 갔나 보군요♪ (따라 웃었다.)
風早 巽:예정에 크루즈를 추가해도 괜찮을지요? (기울인 고개 그대로 HiMERU를 향한다.)
HiMERU:···물론입니다. (고개를 갸웃, 하는 모습이 퍽 귀여워 웃어 버린다. 곧 제 몫으로 받아 든 티켓 뒷면을 살피자, 승하선이 가능한 선착장까지의 약도가 보인다.)
(차를 끌고 20 분이 소요되는 거리라. 상황에 따라 기재되어 있는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좋겠죠.)
風早 巽:(이쪽 역시도, 티켓 뒷면을 보며 평범하게 가는 길을 외우고 있나.)
(······『ALKALOID』의 분들께서 제 운전을 여러번 만류하셨으니, 자제해야 할까요. 또 혼자 갸웃거리나···)
(하지만 모처럼 HiMERU 씨와의 여행인데, 무리하시도록 할 수는 없지요. 아직 사고는 낸 적이 없습니다만···. 약간 아쉬운 마음을 내려 놓으며.)
······♪ (조심스레 자켓 안쪽 주머니에 티켓을 보관해 두었다. 축하를 받았을 시점에 직원들에게 이미 건넨 감사 인사를 한번 더 이야기하고, HiMERU에게 고개를 돌렸다.)
뜻밖의 일도 일어나는군요. 후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만.
기쁘고 감사하지만, HiMERU 씨가 준비해두신 것이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해서, 그만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HiMERU:네, 슬슬 돌아갈까요. 이곳에 계속 있는 것도 실례일 듯 하니···. (티켓 뒷면의 약도를 유심히 바라보는 표정이 마냥 천진해, 어쩐지 운전을 하고 싶어 하는 걸까, 싶어 입을 연다.)
···타츠미만 괜찮다면, HiMERU는 선착장까지 차로 이동하고 싶습니다만.
(바닷바람이 차니까요, 하는 말을, 뒤에 조근조근 덧붙인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플 테죠.그리고 혹시나, 타츠미가 바다에 한번 더 홀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덤이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風早 巽:(일정 거리보다도 조금 더 가까운 거리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 앞까지 도달했다가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확실히, HiMERU 씨는 어느 무렵부턴가 눈치가 몹시 빨라지셔서···)
저로서는 물론 괜찮습니다만···, (답지 않게 말 끝을 조금 흐렸다.)
HiMERU:······. (묘한 표정을 짓는군요. 무슨 말이 이어질지, 우선은 얌전히 들을까.)
風早 巽:부끄럽게도 탈 것에 과하게 흥분해버리곤 하는 모양이라, ··· (망설이다 어쩐지 털어놓듯.) ━괴로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HiMERU 씨야말로 괜찮으실까요.
HiMERU:(···언젠간, 이쪽의 아마기가 동생 쪽의 아마기의 첫 승차기를 떠들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일과 관련되지 않을 때의 아마기의 말은 신뢰하기 어려우니까.)
(어쩐지 이 결정을 후회해 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지만, 그것마저도 즐거울지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네 모습을 미루어 보아, 아마기의 말이 과장일 것이고, 이번 고백 역시나 기우일 뿐이리라 생각하고는.)
···네, 흥분한 타츠미라니 도리어 신기하네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조금 기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며, 객실로 돌아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風早 巽:(···받아들여 주시는 걸까요. 조금은 기쁜 마음이 되고 만다. 늘 그렇듯 지나가듯 흘리는 몇 마디의 말로.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기분 좋은 말을 늘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정말로, HiMERU 씨는 멋진 아이돌이라고. 그런 생각을.)
(······기뻐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괜찮을까요. 그렇지만 정말로 기뻐서. 아마도 반드시, 사용하게 될 사과의 말을 준비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그 전에 운전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며, 즐겁게 속삭인다.) 새삼스럽습니다만,
HiMERU 씨가 좋습니다···♪
HiMERU:······.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당연히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양으로, 한 발짝을 떼려는 찰나. 귓가에 꽂힌 말에, 그대로 우뚝, 멈춰 서 버린다.)
━타츠미. (카제하야 타츠미···. 너는,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최악의 타이밍인데.)
(아아━, 어째서···, 또다시 웃음이 나오는지. 멍하게 멈춰 서 있는 통에 닫혀 버린 문을, 재빨리 버튼을 눌러 열고서 몸을 밀어넣고선. 꼭 맞잡은 손을 당겨···, 엘리베이터 안으로 타츠미를 끌어당겼다.)
━네, 나도.
(좋아하고 있어요, 끝까지 잇지 못하고 숨긴 문장. 그 말을, 승강기 벽으로 타츠미를 슬쩍 밀어붙인 채, 맞붙인 입술 사이로 넘긴다.)
風早 巽:예, HiMERU 씨···♪ (착실하게도 대답하며, 영문이랄지. 무엇도 의심하지 않는 얼굴로 끌어당겨져 어리둥절한 얼굴이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고, 일정 거리보다도 가까운 거리감 미만까지 좁혀지는 품 사이에 작게 웃고 만다. 이런 것을 좋아하셨지요. 짧은 사이 회상하며, 아마도 몇번 그랬던 것처럼 다정히 껴안아 줄 요량으로.)
(그러나 와닿는 것은 유려한 두 팔을 감싼 옷가지나 목덜미 또는 뺨에 닿는 매끄러운 머리카락의 감촉 이상의 것이라. 조금 놀란 탓에 목덜미를 움칫 떤다. 반사적으로 감긴 눈꺼풀이 떨리는 것도 찰나이고, 금세 부드러운 웃음과 희미한 수줍음이 섞인 자색 눈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다. 환희로 가득해 가슴이 뛰었다.)
(아, 이렇게까지 뛰어도 괜찮을까요. 저도 모르게 입술 틈새로 숨소리와 함께 웃었다. 어리광처럼 파고들어 이번에는 제 쪽에서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가.)
······후후. 놀랐습니다.
HiMERU:···━━젠장. (이래서야 어린 아이 취급하지 말라는 말이 무색한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을 툭, 뱉었다. 그러나 타츠미가 행여나 놀랄까, 크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리고선━, 다시금 일렁거리려는 속내를, 바깥으로 튀어 나오려는 고동을, 입안의 여린 살과 함께 씹어 눌렀다.)
···미안해요. 조금, 그런 기분이 들어서. (제 앞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를 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 없다는 듯한 말간 얼굴로, 품에 파고 드는 모양에 어쩐지 조금 더 어정쩡한 자세였다가···.)
(어정쩡하던 자세를 고쳐 제대로 포옹하고선, 뒤로 살짝 떨어져 물처럼 떨어지는 옥빛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긴다.) ━누군가 올 수도 있을 텐데, HiMERU가 신중하지 못했군요.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風早 巽:(거친 말마저 조심스레 속삭이는 모습이 다정해 사랑스럽다 말하면 어쩐지 낯을 구길 것만 같았다. 그 사실에 한번 더, 후후 웃었다. ━HiMERU도, 저도, 아이돌로서 결코 낮지 않은 높이까지 다다라 곱지 못한 것을 목격한 사람들일 텐데.)
(너는 성인聖人같은 것이 아니라 말해주었던 때와는 반대로, 무엇 하나 더럽혀지지 않은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대하고 말할 때가 있다. 그 점에 조금도, 정말로 티끌만큼도 쓴 마음을 느끼지 않는 자신이 낯설기도 하다. 그저 이 모든 사실에 기쁨을 느낄 뿐이라.)
···어째서 사과를 하시는 걸까요? (여전히 웃음을 담은 목소리로, 기댄 어깨에 머리카락을 부빈다. 알맞은 시기를 놓친 탓에 횟수가 적었을, 때 늦은 어리광이 무척이나 달콤하다. 조금 뒤에야 떨어지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는 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연인이니만큼.)
(그렇지요, 엘리베이터 안이었습니다. 내심 끄덕인다. 호텔의 예약을 『HiMERU』가 아닌 『카제하야 타츠미』로 해 둔 것과 같은 이유로, 사람들의 시선과 귀를 피해 연인의 언어를 속삭인 자신이, 이 모든 행동의 앞에 있다. 때문에 뜻밖이었던 이었음에도 사과받을 이유는 무엇도 없다. 기어코 조금인가 발개진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예. 저 역시 조금 더 조심하도록 할까요, 다음부터는 객실같은, 조금 더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HiMERU:······하아. (프라이빗 한 장소라니. 어이없는 답변에 조금쯤 맥이 빠져서, 헛웃음 같은 한숨을 작게 쉰다.)
타츠미, 이번에도 틀렸어요. 장소보다는 타이밍의 문제입니다만······. 누군가 본다면, 일전 프로그램의 연장 촬영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에요.
(···진심이 촬영 따위로 각색되어 토막 나 팔리는 것은 나로서도 질색이니, 다른 이가 보는 게 사양이라는 이야기인데도요. 뭐━, 됐어요. 구태여 여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風早 巽:(갸웃, 고개를 기울인다. 입을 맞췄는데도 말인가요, 하는 질문이 솟아 오르지만, 그만 둔다. 확실히 그렇지요, 차근차근 헤아려 본다면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일과 흡사한 부분이 많으니 키스 신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어딘가 핀트가 어긋난 추측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로.)
타이밍···이군요? 확실히 저는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말해버리곤 합니다만.
『지나치게 솔직한 것은 독이다』와 비슷한 이야기일까요? 하지만 저희는, (이런. 작게 탄식하며, 무심코 연인을 말하려던 제 입가를 가렸다. 이런 것을 말하는 걸까요?)
HiMERU:······♪ (다행스럽게도 그간 아무도 승강기에 들어오지 않은 터라, 줄곧 11층에 머물러 있었다. 다른 쪽의 버튼을 누를 수 있음에도, 굳이 타츠미의 뒷쪽으로 손을 놀려 예약하고선···.)
(온몸으로 봐 봐요, 장소는 무관합니다, 하고 말하는 듯···. 아까의 타츠미를 따라 어깨에 잠시 뺨을 기대며 짧게 포옹을 한다. 어쩌면 무모한 응석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승강기의 움직임이 멈추자 그대로 눈만 굴려 현재 층수를 흘끗 본다. 객실이 있는 곳에 거의 도착했음에도 몸을 빼지 않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땡━ 소리를 내며 열리고서야 느릿하게 몸을 물린다. 잡은 한 손은 여전히 놓지 않고.)
:긴 복도를 지나, 객실로 돌아오자. 어느새 해가 완전히 져, 어두운 바깥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이벤트 전까지 객실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저녁을 만들어 먹는다든지, TV를 보거나 내일 승선할 크루즈에 대한 검색을 해 보아도 좋습니다.
風早 巽:(가슴께를 둘러 싼 뼈 안쪽에서 박동하는 신체 기관을 유달리 느끼고 있는 점이 유쾌하다. 접촉 하나하나에 웃어버리는 자신에, 어쩐지 불만스러운 시선을 받을 때도 있기야 하지만. 객실에 도착할 때까지도 제 가슴께에 가만히 손을 올리고 있다가, 소리 없이 웃으며 내린다.)
(······사실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점이 문제였던 걸까요. 곤란한 기색도 없이 행복하기만 한 자신이라 난감하다는 생각을 잠시간 했다.)
(바로 조금 전, 타인에게 들통나면 곤란할 『가능성』을 내포한 접촉을 나눴음에도 평소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평온한 목소리로.) ━━HiMERU 씨, 간단하게나마 요기는 하지 않으셔도 괜찮으실지요?
HiMERU:━아. (좀 전은···, 꽤나 HiMERU답지 않은 행동을 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타츠미는, 그런나마저도 수용하리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부주의 했군요. 바보같게도.)
(···상념에 젖었던 것도 잠시. 휴대폰을 조작해 시간을 확인하고, 곧바로 여상한 어조로 타츠미에게 대답한다.)
그렇네요···, 벌써 일곱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준비해 온 것들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밤바다를 산책할까요. ···HiMERU가 준비한 것을 보여 주려면, 찬 바람을 맞을 각오를 조금 해야 하거든요♪
風早 巽:(행복감은 어째서 시간의 존재를 잊게 할까, 문득 생각한다. 영위하기 위한 시간임에도 누리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그저 감사하자고. 몇번이고 다짐한다.) 저는 낮에 스콘을 조금 먹었습니다만, HiMERU 씨는 커피나 음료 외에는 무엇도 드시지 않아서. 간단한 것으로도 충분할까요.
(━찬 바람. 야외에서 하는 일인 것일까요, 호기심을 품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약한 열감이 있던 낮 시간대의 HiMERU가 신경이 쓰이지만, 준비해주었다는 일은 기쁘기 때문에.)
······♪ 돌아와서는 따뜻한 물로 목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HiMERU:HiMERU는 본디 낮 시간에 다른 군것질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요. 저녁에도 가벼운 정도의 먹거리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환자를 제 시간에 식사하지 못하게 하다니,내가 무심했군요. 어딘지 묘한 표정을 띄울 뻔한 것을, 몇 시간 전 했던 다짐을 떠올리며 퍼뜩 되잡고.)
━━네, 돌아오고 나면 목욕은, 바다에 한번 홀려 버리고 만 타츠미부터 할까요.
風早 巽:후후, 여전하시군요.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웃었다. 과거의 편린을 발견하면 기쁘다. 상대방은 그렇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늘 뒤늦게 깨닫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바닷가의 찬 바람이건, 지상으로부터 11층 높이의 허공이건, 흥건하게 취한 어른들 사이 마련된 테이블 맞은 편이건, 정말로 그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기에, 주방 한쪽에서 레트로트 식품을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아무렴, 그 모든 것이 상대의 존재보다 중요할까. 다른 것은 그저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젖었다고 해도 한쪽 발 뿐입니다만, (조리대를 향한 탓에 등을 돌린 채 웃는 소리를 낸다.) 언제까지고 걱정해주시는군요, 저로서는 HiMERU 씨 쪽이 훨씬 마음 쓰입니다.
HiMERU:···타츠미가 HiMERU더러 여전하다고 해도. (짐을 뒤적거리는 곁에 붙어, 따로 꺼낼 만한 게 있는지 살핀다.)
(우리가 정말 한결같은가, 라고 물으면, 아니라는 쪽에 가깝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추억하고, 기억을 딛어 현재에 서며, 나아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우리로서 존재하는 거예요. 그러니···)
━━타츠미. (우리는 현재를 즐길까요. 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감사를 건넬 수 있다면, 네, 지금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조리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뒤에 다가선다. 놀라지 않게, 천천히. 살짝 껴안고는···, ···아아. 이래서야 꼭···.)
······♪ (어깨에 얼굴을 묻고선···, 숨을 깊게 들이쉰다.)
風早 巽:(늘 그렇듯, 예, HiMERU 씨. 하며 마주 바라볼 심산이었건만. 팔과 허리 사이의 틈으로 들어와 자리하는 고운 손에 움직임을 멈춘다. 고개를 조금인가 비틀면 어깨 위로, 기분 좋은 무게감과 함께 자리한 고운 색의 머리카락. 무심코 반대쪽 손을 들어 머리칼을 부드럽게 헤집는다.)
무슨 일이신가요, HiMERU 씨. (어쩔 도리 없이 연심에 불이 지펴져, 달콤한 것을 말하듯 이름을 부른다. 숨을 들이키느라 가볍게 들썩이는 등마저도 사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어 웃었다.)
후후, ···꼭 신혼같습니다. (기어코 이쪽이 말하고 만다.) 여기는 저희의 보금자리가 아닌 호텔 객실일 뿐입니다만.
HiMERU:······. (머리를 헤집는 손길이 나쁘지 않았지만, 제 연인답게도, 이 순간까지 아무 망설임 없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통에···, 헛기침을 해 버린다. 허리를 껴안은 팔에 약하게 힘을 얹고, 조금 고개를 들어···, 유예한 대답을 귓가에 속삭인다.)
그런 말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약간의 어리광. 조금이나마 키가 크다는 것을 이럴 때 새삼 느끼며. 과거의 HiMERU라면, 나라면, 이런 게 불가능 했겠죠, 하는 생각이.)
(그래, 어쩌면 조금쯤 우쭐한 느낌이다. ━아아, 타츠미는 HiMERU의 목소리를 좋아하니까, 그뿐입니다. 조금쯤 놀리고 싶은 마음으로, 장난을 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나 스스로를 타이르고.)
風早 巽:(힘이 들어가는 팔을 따라, 신체가 뒤로 빨려 들어가 맞닿는다. 허리께에 느슨히 자리한 것보다 단단히 붙잡은 현재가 조금 더 안심된다고 하면, ━이런, 어쩐지 부도덕한 생각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왜일까요.)
(가만히 웃음짓다 귓가에 속살거리는 음색에 목덜미를 흠칫한다. 노래할 때와 같이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소리인데도 동요하고 마는 자신은 낯설다.)
······♪ (허리 근처를 가만히 내려보다, 제 손을 조심스레 포갠다. 손가락 끝에서 맥박을 느낄 수 있다면 분명 달리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만. 흠칫했던 목덜미가 희미하게나마 붉다.)
무척 행복한 기분으로 말씀드렸지만, ···지금은 동요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후후.
(문득 갸우뚱, 하며 돌아보지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편이 좋으신가요?
HiMERU:━━후후. (자연스레 몸을 기대 오는 연인이 제법 만족스러워, 낮게 웃는다. 붙잡은 질량이, 온도가, 꼭 지금만이 현실이라는 듯 싶어서···, ···다소 아득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미열의 영향일지도 모르죠, 하고, 제멋대로 무언가의 탓을 해 버리고는.)
(겹쳐온 손에, 어쩐지 등허리가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조금 손가락을 오므려 더 잘 포개질 수 있게 하며···. 지나치게 가까운 맥박이, 요동치는 감정이, 나의 것인지···, 네 것인지 알기 힘들어서. 다시금 웃어 버리고 만다.)
···타츠미는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건가요. (착각일까, 약간 붉어진 듯한 목덜미에 심술을 부리듯 입술을 살짝 붙였다 뗀다.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라기보다는, 가볍게 내려 앉았다 물러서는 정도로. 자신이 말하는 대로 타츠미가 동요한다면, 나는 정말 좋은 걸까. 딱 그 정도의 심산으로.)
風早 巽:(움찔. 이번에는 어깨가 들썩인다. 스스로 빛을 내기 위해 타인의 손길을 빌리기도 하는 직업을 가진 이상, 접촉에는 낯설 수가 없으나.)
HiMERU 씨는···. (아니오, 『나』라고 하셨으니 카나메 씨로 칭해야 할까요. 어떤 답을 내놓으면 좋을지. 드물게 머릿속이 가볍게 휘발되어 말끝을 흐렸다. 이런 낯선 상황마저도 기꺼워, 공연히 키득이며 웃고 말아버린다.)
······후후, ···HiMERU 씨. 손을···♪ (톡톡, 간질이듯 건드린 손 한쪽을 가볍게 끌어다, 가슴께로 이끈다. 규칙성을 잃은 채 소리만 높아져 불협화음이 된 박동.)
HiMERU:어라······♪ (타츠미는 둔하다고 생각 했는데요.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약간은 즐거워졌을지도 모르겠어요. 다시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차, 나라고 해서, 호칭에 대해 고민하는 걸까. 평소에는 둔한 쪽에 가까우면서, 꼭 HiMERU에 대한, 나에 대한 부분만큼은 이다지도 섬세히 반응해서.)
(타츠미가 옮겨 둔 손을 가만히 두다 보니, ━아아, 그래.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너는. 뒤에서 안고 있는 터라, 온전하게 전해질 제 심장이 요동치는 모양새가. 숨길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도···, 이 순간만큼은. 어쩌면 조금은 기꺼워진 것도 같고. 손을 가만히 둔 채로, 손바닥에 전해지는 두근거림을 만끽한다.)
風早 巽:(무엇이 즐거운 걸까요? 아리송한 와중에도 왜일까, 저 역시 웃고 만다.)
···이대로는 식사를 놓칠 것 같습니다만, (여느 때와 같은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심장은 뛰었다.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비일상이다.)
늦어져도 괜찮으시다면━ 가능한 마주 본 채로 안고 있고 싶습니다···♪
HiMERU:(맑게 웃는 얼굴을 보자니, 장난을 했던 게 무색한 기분이 들어서. 마주 보는 자세로 몸을 돌릴 수 있게끔 끌어 안고 있던 팔을 느슨하게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미묘한 아쉬움은, 둘만이 있는 공간으로 오면서 사라진지 오래라. 잠시 몸을 물리더라도, 방해 받지 않은 채로 다시 안겨 들 온기를 예감하고, 기꺼이 놓아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얼마든지 늦어져도 괜찮습니다♪ (하고는, 다시 팔을 낮게 벌린 채로 자세를 바꾸길 기다린다.)
風早 巽:(기껍게도 느슨히 놓아주는 품이 오히려 아쉽다. 그러나 제가 부탁한 일인지라, 부시럭대는 옷감의 소리를 남기며 몸을 돌렸다. 마주한 얼굴은 연심에 미묘하게 물들어, 그렇게까지 맑지도 못하다. 이쪽은 마주할 적마다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도 되풀이하며, 예쁜 얼굴이라고 감탄하고 있지만.)
(목덜미에 닿았던 것은 아무래도 입술이겠지요. 생각을 따라 시선이 툭, 그 근처로 떨어졌다 돌아온다. ━그러니까, 무엇을 위한 마주보기였는지. 식사를 위해 향한 조리대였을 텐데. 갸웃거리며 미소짓는다.)
···이 곳은 『프라이빗』한 장소이니까 괜찮을까요?
HiMERU:(···그러니까, 어떤 부분이 말인가요━, 같은 무의미한 말을 건네는 건 타츠미에게 의미가 없겠죠. 언제까지나 욕망의 결 사이를 헤매고 있을 테니······. 그 대신, 시선이 이쪽의 입술로 내려 앉는 것을 보고, 대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둥근 이마를 부드럽게 맞댄 채로, 코끝이 맞닿도록 해 눈을 맞춘다.)
━나는 괜찮아요.···타츠미는 어떤가요? (부러, 의미 없는 문답을 유도하며 가볍게 주의를 흐트리다━, 대답을 채 듣기도 전, 입술을 겹친다. 허리를 감싸 안은 팔 중 하나를 부드럽게 올려 그 뒷목을 감싸고는···, 조금씩, 조금씩 입안을 침범한다.)
風早 巽:(코끝끼리 맞붙은 모습이 어린 아이의 애정 어린 장난같아 그저 웃었다. 고개를 희미하게 비틀어 닿은 이마나 코끝을 문질렀다. 와중에도 마주한 눈에는 애정만이 충만하다. 그러니까, 넘치고 있는 것을 어찌 할 바를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초 『괜찮다』의 여부를 알 수 없는 자신이니, 결정은 온전히 HiMERU에 달린 셈이었다. HiMERU 씨만 괜찮다면, 하는 답을 다정한 목소리로 내놓을 참이었으나 희미하게 벌어진 입술 새로 닿는 것은 제 시선을 떨어트렸던 바로 그 곳이다.)
(뒷덜미를 감쌀 것도 없이, 조금의 저항도 않고 입이 벌어진다. 바로 조금 전, 그다지 『프라이빗』하지 않은 장소에서 그러했듯 흠칫 눈이 감겼다 뜨인다. 음, 하고 작은 소리를 냈던 것도 같다만 고개만 바르르 떨며 침범하는 것을 달게 받아들인다. 늘상 이런 식인 자신이기야 하지만.)
(생소하고, 이상하고, 몸 안쪽에서부터 손톱을 세우지 않은 무언가 뭉뚝하게 긁어가며 올라오는 감각. 아, 그렇군요. HiMERU 씨와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새삼스럽게도 자각한 덕인지, 다시 한번 눈이 감겼다. 미묘하게 늘어뜨려진 눈썹. 호흡이 서툴러 어설프게나마 빨아들였다가, 외려 제 쪽이 깜짝 놀란 양 멈칫했다.)
HiMERU:(···이렇게까지 거부감이 없을 줄은 또 몰랐는데. 모든 순간을 뇌리에 새기려는 양, 꿋꿋이 눈을 뜬 채로 얼굴을 기울일까. 일전의 승강기에서는 차마 더 이상의 대범한 짓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고, 어떻게든 둘러댈 자신은 있어서 저지른 행동이었다. HiMERU로서, 모든 충동은 계산되어야 하니까. 그러나 단독적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그려 본 적도 없는 어떤 시작을 암시하는 듯한 분리감은, 되려 사회로부터 붕 뜬 느낌을 주어서. 나도 모르게, 평소보다 더 빠른 템포로 다가서게 만들었다.)
(서툰 솜씨로 혀를 빨아들이는 탓에━, 아아, 어딘지 모를 깊은 곳부터 오소소, 타고 올라오는 소름. 연기 따위에서 오는 것이라면 불쾌한 감각이었겠지만, 제 연인으로부터 오는 쾌감은···, 되려 즐겁기만 해 스스로가 우스워질 지경이다.)
(제 혀를 얽어오는 입술을, 이를 내어 살짝 당기다가, 입안에 머금고는···. 타츠미가 그랬던 것처럼 제 쪽으로 가볍게 끌어들여 더 깊은 곳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어쩔 줄 모르는 듯한 혀에 혀를 얽고선, 그밖의 맞댄 제 모든 부위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 들 때까지···, 질척하고 끈질기게 연인의 안쪽을 침범한다.)
風早 巽:(무지가 용기를 부른다고 하던가, 반대로 자각을 한 지금으로서는 달리 용기를 잃어 위축된 것은 아니었으나,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있던 감각이 필요 이상으로 들떠 자꾸만 신체 어딘가가 움찔거렸다.)
(의도라고는 없는 반응일 뿐이나, 점차 무엇인지 깨닫고 만 영향으로 귓가가 분홍빛이 된다. 치아 끝으로 아프지 않게 입술을 물 때에야 어설프게 숨을 들이마시고, 조심스레 눈을 떴다. 끝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하아. ······, HiME━ (그러나 마주한 눈에 『이것으로 끝』이라는 조짐 따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요령 좋게 파고드는 살덩이에 고개가 흠칫 젖혀진다. 도망칠 의도는 없던 모양인지, 뒤쪽의 조리대를 짚고 있던 손이 제 연인의 팔을 다급히 꾹 쥐었다.)
(어느 지점에서 『그런』 흐름이었는가, 따위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생각 외로, 그저 입술을 맞부딪힌 채 입 안의 살과 타액을 나누는 행위에는 커다란 동요가 따랐다.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된다고 할까, 점차 심장이 머리에 달린 감각도 들고.)
(끈질기게 입 안을 헤집는 혀끝에 제 것을 역시 맞닿게 한 것은 일종의 본능이었을 터다. 여전히 낯설어 팔을 쥔 손이 움츠러들지만, 낯선 것에도 최선을 다 하는 저 성미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아 어설프게나마 그것을 더듬었다.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더니, 으응, 하며 아이같은 소리. 숨이 모자라 조금 어지럽다.)
HiMERU:(걸친 옷의 바스락거림조차도 거슬릴 정도로 가까이 붙인 몸인 터라, 조금의 반응도 예민하게 전해져 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당초에는 특별히 움직임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도망치는 것을 조금도 허락치 않고 싶어 하는 형형한 성미를, ━이번에도 죽이지 못한 탓에. 다리 사이로 슬며시 끼워 넣었던 제 허벅지 쪽에, 여상하다고는 차마 할 수 없는 감각이 느껴져서. 슬며시 웃어 버리고야 만다.)
···네, 타츠미······♪ (달뜬 목소리로 저를 불러오는 모습이, 퍽 애달파서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하고 놓아 줄까, 싶었지만. 아까 전 무엇을 실수했는지도, 어떤 면모에 자신이 이끌리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천진한 표정이, 지금의 얼굴에 자꾸만 겹쳐서. ···이러면, 놓아 줄 수가 없잖아요.)
(미숙하게나마 제 혀를, 호흡을 따라오던 차에, 결국 숨이 부족한 듯 처량한 소리를 내는 게······. 가여운 것인지, 귀여운 것인지. ···혹은 다른 음심을 자극했을까. 머리에, 아니, 온몸에 열이 올라 버린 것은 저도 마찬가지라,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받친 뒤통수를 더욱 단단히 고정하며 제 혀와 밀착한 그 끝을 지나 다시금 밀어넣는다. 입천장의 여린 살을, 내밀한 주름을 혀끝으로 새기고 싶어 하듯, 입술이 치열에 눌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몸을 붙이고서야 조금 만족한 듯한 듯한 숨을 내쉰다.)
風早 巽:(조금의 여지조차 남겨주지 않고 손을 뻗어 오는 대상에 언제고 기꺼워 하는 자신이다. 의심할 것도 없이 나쁜 버릇이라는 사실쯤은 이제 자신도 알고 있고, 상대방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저 자신의 만족을 채우는 일이기에 지극히 이기심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솔직한 욕구는 기쁘다. 단지 자신이 서툴 뿐. 그 사실이 아쉽다고 한다면, 다소 문란하고 부적절한 마음에 해당되는지. ···어째서 제 연인은 이 행위의 틈새에 제 이름을 불러 올 정도의 여유마저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사이엔가 두 다리 사이에 자리한 허벅지에마저 움찔 놀란다. 미처 모자란 숨을 삼키기도 전, 입천장 안쪽을 훑는 혀끝에 몸을 화드득 떨었다.) ···, ······흐윽, (『키스』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예의라도 되는 양 감고 있던 눈이 모르는 사이 가늘게 뜨여, 미묘하게 초점을 놓았다가 돌아온다. 매달리는 시선을 보내며, 저도 모르는 사이 가늘게 신음했는지도 모르겠다.)
(와중에도 틈이 보일 적마다 모자란 호흡을 보충하려 애쓰며, 팔을 쥐고 있던 손등에 뼈가 도드라지도록 힘이 들어간 뒤에야 자비를 행사하듯 숨을 쉴 수 있도록 놓아 주는 연인의 앞에서 밭게 헐떡였다. ···이런 것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HiMERU 씨는. 아득한 선을 넘은 감각에 눈을 두어번 깜빡이며,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뒤늦게서야, 주춤거리며 손에서 힘을 놓는다. 고개를 한번 숙였다가도 붉어진 얼굴로 한번 웃는다.)
HiMERU:(여유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얼굴에 마냥 즐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까닭 없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만족감을 숨기지 못하고, 평소보다 한층 낮은 목소리로 쿡쿡댄다. 누구보다도 타인에게 솔직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는 솔직하지 못한 남자를 한껏 흐트러 뜨리고 있는 것이 나라는 사실은, 모름지기 그 연인 된 사람이라면━, 깨닫는 즉시 다소 뿌듯해져 버리고 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숨을 제대로 들이키지도 못한 채 품 안에서 할딱대는 꼴이 꼭 초식동물을 보는 것만 같아, 그에 걸맞은 표정을 지어 버릴까 봐, 절로 맛보고 싶어질 것만 같아···, 몇 번쯤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애처롭군요, 타츠미. 입안에 들이 닥치는 속도에 맞춰, 끌어 당기고 있던 뒷목을···, 모른 척 슬쩍 놓아 줄 때마다 힘겹게 숨을 몰아 쉬는 네가, 자각도 없이 이쪽의 팔을 움켜 쥐는 것이. ···어쩐지 단전 안쪽부터 뭉근한 감각을 끌어올리고 마는데, 너는 이런 기분을 눈치 채고 있을까. 손아귀의 힘을 풀며 수줍게 웃어 보이는 얼굴을 다시 또 마음껏 먹어 치우고 싶어서···, 포식자의 숨을 길게 내쉰다.)
후후···, 잘 먹었습니다, 같은 인사를 할 타이밍인가요. (마찬가지로 달아오른 얼굴을 더이상 숨겨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약간 달뜬 목소리로 괜한 농을 걸어 본다.)
(━HiMERU라면 이런 농짓거리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상관 없겠지만. 그래, 어쩌면, 이 앞에서 나는 나로서···.)
···후후♪ (타츠미의 대답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는지, 불쑥 두 손을 팔 안쪽으로 슬쩍 끼워 넣어 식탁에 앉힌다.)
風早 巽:(아, 평소보다도 덜 경쾌하고 낮은 웃음이 어쩐지 낯설다. 연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분에,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여전히 모자란 숨을 마시는 탓에 어깨를 얕게 들썩이고야 있지만.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드물게 망설인다. 아무리 저라도, 만족하셨을까요, 하는 물음은 넌센스라는 사실을 안다.)
(잘 먹었습니다, 하는 인사에는 여전히 발개진 뺨을 한 채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모르는 사이 피부에 엷게 물기가 올랐다가 말라버리는 도중이라, 실내임에도 어쩐지 서늘하다.)
식사는 아직입니다만···. (어딘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꽉 움켜 쥔 영향으로 주름이 생긴 HiMERU의 옷이 신경쓰여 매만지던 참이었는데, 모르는 사이 식탁 위에 털썩 걸터앉은 꼴이 된 자신에 조금 당황해버린 얼굴이다. 눈을 깜빡. 식탁은 앉는 곳이 아니지 않나요? 하고 묻고 싶은 눈을 한다.)
(하지만, 정말로, 모처럼 진심으로 즐거운 얼굴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 사실이 기뻐 구태여 만류하지는 않고. 옷을 쥐었던 손을 뻗어 약간 흐트러진 HiMERU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었다. 제 모습이 어떤가 따위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HiMERU:네에, 그렇네요, 식사는 아직이죠━. (부드러운 손길이 얼굴에 닿아오자, 다시금 갈증이 닥쳐온다. 그렇게 목소리가 조금 갈라질 것만 같아서, 말끝을 길게 늘이며 침을 삼켰다. 왜 이곳에 앉혀졌을까요━, 같은 천진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타츠미를 전부 마시고 싶었다.)
(그러나, 그 전에, 제 연인을 향한 장난기가 이번에도 앞서고야 말아서. 연심은 육욕으로 나아가는 발로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상황이 전개되는 방식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은 것이 꽤나 동하는 터라.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고, 마냥 순수히 기뻐하는 얼굴을, 조금 골려 주고 싶다는 짓궂은 마음이 드는 것은, 그러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곤란할 때마다 지어 보이는 표정을 지을 새도 없이, 이제는 끝일까요, 하는 눈빛을 보낼 틈도 없이 밀어 붙여 볼까, 하는 어떤 마음. ···과연 순수한 장난기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는 그런 마음을, 숨기지 않은 채로 입꼬리를 끌어 올린다.)
···그러니 지금부터 식사를 해도 괜찮을까요. (이름은 구태여 부르지 않고서, 그것은 허락 역시 마찬가지로 구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몇 분 전에 입 안을 침범했던 것처럼, 조끼 안으로 손을 살짝 밀어 넣어 허리께를 천천히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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